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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힐드

 
 
 
나: 안정형남친 안정형뺏으면 그냥남친
ㄴ건강하지도않은데 소울스트림에 내다버리죠
 
 
녹님: 톨비쉬가 미간잔뜩찌푸리고 울것같은얼굴로 손수 뒤지는거 제가봣슈
자신의 수호자이면서 별을 찾아서...
 
 
 
 
녹님의 요 인용에서 시작한 썰입니다
녹님께 무한 감사
 
 
 
 
 
힐드가 모종의 일(지금플로우대로라면 뭔가 잘못돼서 수호자의 손에 처단당한)로 육신이고 기억이고 다 잃고 빛이 나는 영혼의 일부만이 살아서 영혼의 강으로 돌아갔다고치면......... 조각조각을 다시 길어올리고 건져내어서 본래 모습으로 빚어내고서 눈 뜬 모습을 보고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부채감을 느끼던 그...... 21에서의 흉터가 다 사라진 말끔한 몸을 보고 절망같은 ... 연인의 죽음을 실감해버리는 톨비쉬가 보고싶어요
 
 
시선이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휘어지는 눈이나 입매 같은 것... 늘 조금 높은 채인 다정한 체온이나 부르는 목소리 같은 것... 손을 대고 그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이목구비나 같은 땅에 발을 대면 훌쩍 올라가는 눈높이 따위는 다를 바가 하나 없는데 끝끝내 지워지지 않던 흉터 하나가 애초 없었던 것처럼 말끔해서 바라볼 때마다 저건 제 손으로 저지른 죄라고 사랑 앞에 의심을 두었던 제 과오라고 되뇌면서 부채감에 시달렸던 일은 아주 없었던 것처럼 고작 흉터 하나일 뿐인데(힐드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 아예 연인의 영혼에서 제가 있을 곳을 잃은 것처럼 큰 충격에 휩싸이는 톨비쉬가 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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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님: 이성적으로 다시 수복되는 과정에서 소.스의 별무리먼지 몇개나 프라가 도움이 되었나보다 하고 생각할수도있었을텐데
그러지못하는것은
과오는 삶에서 필연적인 것이고 되돌릴 수 없기에 아끼던 그릇에 금간 자욱을 메꿔 물을 붓는 것처럼 사랑과 애수를 함께 담는 것이었는데
그 자욱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으면
컨프릭 정신나가서 '내' 별을 돌려달라 흐느끼겠죠
분명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니야
내 것이 나를 봐달라 이야기하는데 그 금간 것을 찾느라 정신 나가고 있죠...
그런 톨비쉬 붙들고 원한다면 그 금 다시 만들어도 되지만 네가 진짜 원하는 건 그게 아니지 하고 이마 맞대고 입술맞대고 인간적인 호흡을 불어넣어주고있는 힐드같은거.
생각나다. 마힛당.

나: 톨비쉬는 사람의 영혼이건 그릇의 금이건 제 손으로 상하게 한 것을 보고 만족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그런 파괴적 성향 자체가 거세당한 듯이 없을 것 같음)... 힐드에게 새겨진 건 그 왜... 자기가 말했던 "나는 당신으로 하여금 완성되었습니다" 라는 말처럼... 어느 정도는 힐드를 이루는 것에 제 손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어떤 연결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 그게 씻겨나가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그런 느낌으로... 🥹🥹🥹🥹 넘 조아효

녹님: 박수칠지점이 너무많은데
연결부< 비계트윗하고싶어요(뭔소린데
그냥 꼭 안아
사람끼리 연결되는건 눈에보이지않고 실은 그러리라 믿는것뿐이야
하지만 안고있으면 적어도 우리의 심장박동이 닮아가잖아... ......
인간의 사랑을 해라 힐톨...🥹

나: 아 비계트윗적 모먼트 이해해버림 꺄학!!!!!!!!!! 으하하하웃음
헤헤
맞아요...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리고 말 한 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관계란 더욱 얇고 가늘고 납작한 것이기 때문에... 후후
확인받지 않아도 괜찮아 보였는데 너는, 하고 괜히 콕 찌르는 소리 하면 품만 더 파고들 것 같아서 정말 사랑스러운 톨비쉬예요......

인간의사랑을하자....

 
 
사랑 앞에 의심을: 이 말 왜 했냐면 그 대검 흉터... 나는 꽤... 프시케가 에로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등잔을 들었다가 기름을 흘려서 낸 상처랑도 궤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ㅋㅋ
나는 만사 다 알고 있고 이후 일어날 일들까지 예상했으매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진짜 믿었으면 칼로 안 찍었을거임 (CP첨언: 사랑할 미래까지 REAL 알았으면 더욱이)
 

사랑이 어찌 의심과 한데 있을 수 있겠냐는 그것...
뭐 등잔기름 흘린 것도 톨비쉬고 저 말을 되뇌는 것도 톨비쉬긴 하지만 넘어갑시다 밀레시안은 생각이 (톨비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없는 쪽이 맛있잖아요 (힐드: 그때는 불안해서 그랬던 거 아니야? 뭐, 아무튼 지금은 안 아프니까 괜찮아. 너도 날 믿어주는데 뭐가 문제야.)
 
 
아무튼간에: 마음 깊이 절망한 톨비쉬가 이 흉터가 결국 과오인 만큼 이번에는 당신을 사랑[연인 간의 감정에 한함]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이름을 묻는 힐드에게 내가 당신을 손수 빚었다며 주나 부의 이름을 참칭하는 데까지 이르는 게 보고 싶었음
 
 
 
 
 
 
 

 
 
힐드가 정말로 완전히 에린에서 처단되어야 할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아마… 당연하게도 자의적인 일은 아닐 테고 내부에서 이계신 인격이 오락가락하다가 파괴 충동을 갈무리하지 못해서 일이 커지는 느낌일까 싶음 (=이신화 ON/OFF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뜻)
어떻게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정신 잡아보려고 했는데 세상 만사가 마음대로 될 리가… 힐드가 이성을 잃는 빈도가 잦아지는 걸 보면서 실은 이렇게 되리란 걸 힐드도 톨비쉬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잠시간의 유예를 둔 틈에 일이 벌어진 거라면…
 
불바다가 된 티르 코네일에 내려선 톨비쉬가 팔이며 다리따위는 날리고서도 딱 한 번을 망설여서(21때랑은 다르게 이번은 정말로 자기 손으로 처단하는 것이 되니까)… 분명히 결박을 쳐내고 달려들 타이밍인데 그러지 않아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는 순간에 간신히 주도권을 잡아온 힐드가 어서, 톨비쉬! 하고 종용하듯 외치는 게 마지막이었으면…
 
말을 남길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름 부르는 소리만은 선명해서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것도 참고 마지막 일격이 연인을 어떻게 꿰뚫는지 다 보고 있었을 것 같음… 이신체라 해도 분명 질감이 느껴지는 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이미 흉터가 심한 몸 가운데를 꿰뚫려서 모로 쓰러지는 모습을
검고 어둡고 불온하게 구물거리던 것들이 순간 씻겨내려간 것처럼 다 사라지고 신검에 꿰뚫린 힐드만 그 자리에 누워 있어서… 톨비쉬는 힐드가 늘 부르던 이름이든 위로든 한 마디는 더 해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버렸을 것 같다
 
 
 
- 힐드, 고생했습니다.
 
- …….
 
- 당신이 아끼던 곳은, 내가…….
 
 
 
꼭… 다시 일어날 것 같지 않나. 차갑고 딱딱해진 몸을 껴안고서도 다시 돌아오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늘 하던 말을 떠올리면서… 눈 감은 얼굴이 발끝부터 조금씩 부스러져서 흩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잘 가라는 듯이
어리고 조그만 빛무리가 된 영혼은 강으로 돌아갔을 테고 그것까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어서… 이제 울어도 달래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안다는 것처럼 톨비쉬는 눈물짓고 흐느끼는 대신 불길이 잦아들어가는 티르 코네일에 아주 오래도록 비를 뿌렸음
 
 
 
 
 
 
 
뭐 원래도 모리안이 벌인 일이고 별을 건져내는 것도 나오의 일이긴 해서… 톨비쉬가 영혼의 강에 걸음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음
다만 그 별이 본류를 지나 흘러갈 즈음에서야 강 위에 불현듯 모습을 드러냈는데, 모든 걸 다 감내할 듯 굴었다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아마 그 영혼이 다시 태어나면 어떤 인격을 갖추고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 이 에린에 영향을 주게 될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라고 (본인은) 생각했음
단순히 확인해야 한단 이유라기엔… 예의 그 모습으로 허공에 떠올라 눈으로 강줄기를 훑던 데에서 강 기슭에 발을 내려디디고 물살을 따라 걷더니, 그것도 모자라 몸도 옷자락도 다 젖을 때까지 강물을 헤집어 그 푸른 빛을 찾아내기까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실은 힐드의 영혼을 직접 목도하면 그 순간부터 이성적으로 굴 수 없으리라는 걸 인정만 않았지 다 알고는 있었을 것 같음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사랑이고 신과 요정과 인간의 모든 이야기에서 그건 아주 두텁게 묘사되곤 하니까… 알면서도 속절없이 무너지기를 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고 그리움이라
 
 
 
제 요람이었던 땅으로 어린 빛을 숨겨 온 톨비쉬는 젖은 옷자락이 들바람에 모두 마를 때까지 한참은 오므린 손에 이마를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었음
그러다 어느 순간 일몰이 저무는 것을 알고 불에 덴 것처럼 몸을 일으켜 수원지에 손을 담갔는데, 한번 결심하자 여지껏 망설인 이유들이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것을 알고서 톨비쉬는 괴로운 듯 조금 웃었음
 
 
손 안에서 흐물거리는 빛이 입을 육신은 제 몫의 신성력을 뚝 떼어 빚고 창백한 입술 위에는 손끝의 체온을 덧바르고 맥동하지 않는 가슴에는 망설이다 망설이다 제 몫의 감정을 아주 조금만… 굳게 눈 감은 위로 존재를 허락하듯 입 맞추고 나서야 비로소 생기를 되찾는 연인을 보면서 톨비쉬는 신성력을 빼앗겨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다시 가누었음
벗은 몸 위를 흰 천으로 두르는 손이 말끔한 가슴팍 위를 가로지를 때마다 덜덜 떨려오는 모양새는 아마 힘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해가 다 저물고 밤이 찾아왔을 즈음에야 무릎을 베고 누운 별이 눈을 떴음
시야가 미처 다잡히지 않았는지 눈꺼풀을 몇 번 느리게 팔랑거리더니, 첫 마디를 무어라고 내뱉기도 전에 팔을 뻗어서 마른 톨비쉬의 눈가를 엄지로 쓸어봄
 
 
 
- ……우는 줄 알았는데.
 
 
 
대뜸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건 조금 비슷한가… 제 것보다 조금 뜨거웠던 체온을 느끼면서 발갛게 달뜨는 눈가를 하고서도 기운없이 엷게 웃은 톨비쉬가 뺨에 닿은 손을 천천히 감싸 쥐었음

 
 
- 당신이 태어난 날인데, 웃는 얼굴로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별은 제 이름도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눈에 드는 푸른 것이 흔들리는 촛불처럼 약하고 보드라워 보여서 붙잡아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부터 하고 말았음
 
 
 
- 이름이 뭐야?
 
- 당신의 것보다 내 것이 더 궁금합니까?
 
- 응.
 
- 하하, 내가 당신을 직접 빚어 그런 걸까요.
 
 
 
뺨과 눈가를 가만가만 쓸어보던 별이 네가 나를? 직접? 하고 물어왔음. 짧고 빠르고 완급은 없고, 갓 눈을 뜬 어린 것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차이를 읽어내기보다 연인이 기쁘고 즐거워서 그런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때가 떠올라 톨비쉬는 조금 웃었음
 
 
 
- 내 힘으로 직접 빚었지요. 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안에 있던 다른 힘은 사라지고 제 것을, 그것도 문을 닫을 때에 남겨두었던 만큼과 엇비슷한 힘만을 품고 있게 된 힐드를 바라보는 톨비쉬의 눈이 복잡한 심경을 내보이는 것처럼 조금 일렁거림… 그 같다는 힘이 궁금해서라도 제 몸을 살필 법도 한데 별은 그제서야 미소지으면서 답했음
 
 
 
- 그런가……. 너랑 같아서.
 
- …….
 
- 그래서 네가 좋은 건가 봐.
 
 
 
 
 
 
 
 
 
톨비쉬는 별에게 좀처럼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익숙하고 그리웠던 미소를 눈에 담은 순간부터 한번 더 결심하게 되었던 탓이었음. 저 가슴을 갈라놓고 피를 쏟게 만든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인데 어떻게 감히 그런 일을 바랄 수가 있는지. 별이 신성력을 다루는 법을 익힐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자신이 잃은 힘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네 번의 절기를 가늠한 톨비쉬는 별을 제 요람에 꼭 숨겨 둘 생각을 하며 연인의 이름을 일러주었음
 
 
 
- 이제부턴 나를 아버지라 부르도록 하세요.
 
- …….
 
- 나도 당신을 힐드라 부르겠습니다.
 
- 힐드…….
 
 
 
제 것으로 가진 이름이 퍽 낯설었는지 애칭이던 이름자를 몇 번 발음하던 별이 일러준 호칭은 담질 않고 좀 뚱한 표정을 지었음.
 
 
 
- 난 네 이름이 궁금한데…….
 
- 내 이름은…….
 
 
 
똑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새로이 빚은 몸을 입고도 제 본래의 자아를 강하게 갖고 있는 별을 보면서 톨비쉬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가,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조금은 했다가… 결국 흐트러진 머리칼을 가만 쓸어주며 답했음
 
 
 
- 내 이름은, 톨비쉬입니다.
 
- …….
 
- 이제 이름으로 부를 건가요?
 
- 응.
 
 
 
하여간 고집도. 훌쩍 높은 시선을 마주보는 톨비쉬의 뺨을 콕 찌른 별이 조그맣게 웃으면서 잘 부탁해, 톨비쉬. 하고 인사했음
 
 
 
 
 
 
 
 
붉은 과실이 매달린 요람에서 톨비쉬와 함께 겨울과 봄과 여름을 보내는 동안 별은 참 많은 꿈을 꿨음.
영혼의 강에서 표류하면서는 명과 암으로, 다시 육신을 입고 성소에 오른 뒤로는 색과 빛으로 된 어렴풋한 것들을… 웅크린 무릎 위에 고개를 묻거나 나무 그늘 아래에 모로 누워서나, 희게 빛나는 광물 덩어리에 대강 기대어서.
 
톨비쉬가 신성력을 모두 회복해 더는 방관할 수 없는 바깥의 일들을 돌아보고 드문드문 돌아올 즈음이 되어서는 더욱이 자주 잠에 빠진 모습을 보는 일이 잦았음. 톨비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날개만 그저 하느작대다가도 호흡이 오가는 코끝이나 맥이 뛰는 목덜미에 손을 대 보거나 가슴팍에 귀를 대어보곤 했음
 
이계의 것이 꿈을 통하여 다시 어린 별을 노리려는지, 힘도 안정적인데 혹시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지… 반절은 강박임이 분명한 불안에 잠겨 품에 기대어 있자면 부스스 깨어난 별이 팔을 오므려 톨비쉬를 꼭 안았음
 
 
 
- ……너도 졸려?
 
- 아뇨, 나는…….
 
- 그럼 추운가.
 
- …….
 
- 바람이 좀 불더라.
 
 
 
다녀왔어 내지는, 오늘 바빴어? 하는 물음을 거는 대신에 자리를 비워야 하겠다는 말에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던 별은 어린 연인처럼 함께 있자고 칭얼이는 대신 지금에 대한 말만을 가볍게 내곤 했음. 조금 더 보고 싶다거나 옆에 같이 있자거나, 들은 지도 제법 오래된 것 같은 말을 하나둘 떠올리던 톨비쉬가 부러 웃으면서 답했음
 
 
 
- 이제 손도 따뜻해졌군요. 막 눈을 떴을 땐 차가웠는데.
 
- 그것도 눈 내릴 때 일인걸.
 
- 이제는 여름이라?
 
- 그런 것도 있고…… 네 덕이지.
 
- 다행이군요.
 
- 상태가 좋아. 춥지도 덥지도 않고.
 
 
 
당신이 건강하단 방증이지요. 가볍게 덧붙인 톨비쉬가 뒤로 물러났음. 등을 가볍게 둘러 안고 있던 팔이 느슨하게 풀어지고 나면 적당한 거리를 잡았다 싶었는지 다시 고개를 들어 물음.
 
 
 
-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 …….
 
- 오늘은 무슨 꿈을 꾸었나요?
 
 
 
눈을 뜨고 나서는 매양 세상이 절반으로 갈라졌는데 파란 것 밑에 노란 게 흔들렸어, 라든가 검고 어두운데 사위엔 하얀 게 많았어, 라든가… 꿈에서 본 것을 재잘거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톨비쉬는 그가 한낮의 밀밭이나 밤중의 설원을 엿보고 왔는가 생각했음. 눈 감고 있어도 이 세상을 굽어볼 수 있는 힘이 내 손을 따라 당신에게 향한 모양이라고, 별이 나를 닮아가는 것인지 나와 이 땅을 수호하던 연인이 하던 일을 따라 되짚게 된 것인지 가늠하며 질문한 톨비쉬가 대답을 기다리던 때였음
 
 
 
- ……!
 
 
 
줄기가 굵은 나무 둥치에 몸을 기대고 있던 별이 상체를 숙여 톨비쉬에게 입 맞췄음. 뺨 위에 가벼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숙이며 기울어진 몸처럼 자연스레 뻗은 손이 지척에 앉은 톨비쉬의 뺨을 감싸쥔 것까지, 가르치지 않은 함의마저 담긴 그것이라 톨비쉬가 기함하며 별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밀어냈음
 
 
 
- ……히, 힐드.
 
- ……응.
 
- 우리는, 가족이지 않은가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곁에 두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 이 또한 애정을 전하는 방식인 줄 알지만……
 
- …….
 
- 이래서는 안 됩니다.
 
 
 
차근차근 일러주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알까. 손 안에서 난 별이 알고 취할 감정이라곤 그 빚은 손의 주인되는 자의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품 안에 기대는 이의 불안도 지금 목도한 이의 감정도 갈래가 같다는 것만이 선명했음. 훈육과 같은 말이 가만가만 이어지는 것을 놀란 표정으로 듣던 별이 이내 풀이 죽어 눈을 내리깔았음.
 
 
 
- 응…… 미안해.
 
 
 
 
 
 
 
 
 
그날 이래 별은 무언가 생각에 잠겨서 멍하니 있는 때가 잦아졌음. 오늘만 해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수원지 뒤편에 숨듯 앉아있기에 찾느라 애를 먹었고…. 멍한 것도 멍한 거지만 꼭 상태가 나쁜 걸 티내지 않으려는 듯 보이기도 하고. 어디가 아픈 거냐 물으며 열이 있는지 이마 위를 손으로 짚어보는 톨비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모아 안은 무릎 위에 뺨을 기대고서… 쓱 시선을 피해 버리는 별을 가만히 보던 톨비쉬가 중얼거리듯 물었음
 
 
 
- 사춘기인가요?
 
- ……그런 거 아니야.
 
 
 
무엇인지는 또 어찌 알고 곧잘 대답하는지… 세상의 이치란 부모가 모든 것을 일러 주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야 하지만. 조그맣게 웃으며 몸을 옹송그린 별의 등을 도닥거린 톨비쉬가 천천히 곁으로 다가가 앉았음. 등 뒤에 느슨하게 붙은 날개깃을 주욱 펼쳤다 내려두며 기지개를 켜는 듯 굴며 시선을 멀리 펼쳐진 바닷가에 두었더니, 웅크린 팔에 파묻었던 눈이 짙은 피부 위로 슬쩍 드러나 이쪽을 보는 모습이 다 보였음
 
 
 
- 힐드?
 
- ……왜.
 
- 이틀 만에 본 건데, 반갑다고도 해 주지 않고요.
 
- 어차피 너는 가을이 아니면 바쁘잖아…….
 
 
 
늦여름이 다 가시고 나뭇잎이 버석하게 말라죽는 절기가 왔는데도 습기가 오르는 법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는지 어째 목소리가 축축했음. 루나사도 알반 엘베드도 아니라 굳이 가을이라 콕 집어 말하는 투가 너무 알던 것과 비슷하지 않나…… 눈을 둥글게 떴다가 이내 짤막하게 웃은 톨비쉬가 머리칼을 가만가만 쓸어 주었음.
 
 
 
- 내가 가을엔 한가하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 꿈에서.
 
- 음?
 
- 꿈에서…… 네가 나한테.
 
- …….
 
- 낙엽이 지는 때엔 요람을 거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내가 그냥, 농장에서 쉬다가 출근하고 여기로 퇴근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노력은 해 보겠다고도 했고. 케이크를 굽고 있을 때 찾아와서, 생일은. 생일은… 직접 축하해 주고 싶다고도.
 
- 힐드, 그건.
 
 
 
당혹스러운 표정의 톨비쉬가 별에게 닿았던 손을 떼고 잠시 주춤거렸음. 고작해야 무언가 일렁거린다는 꿈을 말하던 것과는 판이한 내용이지 않은가… 잠시 벙하게 서 있던 톨비쉬는 뒤로 한 발짝 걸음을 물리기까지 했음. 웅크리고 앉아 있던 별은 새삼스럽게 떨어진 손을 붙잡는 게 익숙해 보였고 사뭇 절박한 기색마저 어린 얼굴은 알던 연인의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까지 곱씹어야 했음
 
 
 
- ……네가 나를 빚은 건 이래서가 아니야?
 
- …….
 
- 필요가 아니라면 왜 내가 너한테 이렇게 이끌리는지 모를 일이잖아.
 
- 힐드.
 
- 꿈 속에서는…… 매번 네가 내 것인 것처럼…….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야 할 어린 것이 사랑을 욕심내어 말하는 순간부터 불현듯 더는 손 안에 앉힐 수 있는 어린 별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톨비쉬를 덮쳤음. 언제고 이런 때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뿐더러 저 가슴을 부추겨 맥동하게 만든 것은 제 몫의 감정이 아니던가… 멀리 저 편의 우주에서 떠밀려 온 별을 받잡던 때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 팔목을 붙들어 쥔 손을 맞잡은 톨비쉬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음. 풀밭 위를 디디는 소리가 잠시 울렸다가 곧 별이 서럽다는 듯 씨근거리는 숨소리에, 몸을 더듬어 안으며 스치는 소리에… 서로 묻고 답하며 확인하고 확인받는 목소리에 파묻혔음
 
 
 
 
 
 
 
 
 
 
 

 
 
보고 싶은 데까지 다 풀고 나니까 머리를 아무리 짜내 봐도 참기름이 더 나오지 않앗습니다...
수입산 들기름 공장이라 미안합니다 #허위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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